해설:
이 시편은 고라 자손의 시입니다. 형식으로 보자면, 성전이 서 있는 시온 성에 대한 축복과 기원을 담은 일곱 편의 ‘시온 시편'(46편, 48편, 76편, 84편, 87편, 122편, 132편) 중 하나입니다.
먼저 기도자는,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1절)시라고 고백합니다. 적에게 쫓김을 당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피난처가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옛날 이스라엘 사람들은 수 많은 전쟁을 겪었기에 피난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피난처이시라는 고백이 세 번 반복하여 나옵니다(1절, 7절, 11절). 어려움을 당할 때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라고, 기도자는 고백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하나님은 우리의 “힘이시며” “구원자”(1절)라고 고백합니다.
이렇게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기도자는 자신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로서 두 가지를 언급합니다. 하나는 자연 재해이고(2-3절) 다른 하나는 전쟁입니다(6절). 하나님은 우주의 창조자이시며 또한 통치자이십니다. 또한 그분은 인류 역사의 주관자이십니다. 그렇기에 그분께 의지하는 사람은 자연 재해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전쟁을 만나도 떨지 않습니다.
기도자는 예루살렘 성과 성전을 생각하면서(4-5절) “만군의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7절)라고 고백합니다. 4절에서 말한 “강”은 비유입니다. 예루살렘에는 강이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강은 하나님에게서 흐르는 생명수의 강을 의미합니다. 그 생명수는 예루살렘에서 세상 끝까지 흘러나갑니다(겔 47:1-12; 계 22:1-2). 이스라엘 백성에게 예루살렘 성과 성전은 하나님이 그들을 사랑하시고 돌보신다는 가시적인 증거였습니다. 그분은 “땅을 황무지로 만들고”(8절) “땅 끝까지 전쟁을 그치게 하시는”(9절) 분입니다. 자연 재해와 전쟁의 승패가 모두 그분에게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이 지점에서 구약성경에서 가장 사랑 받는 말씀이 나옵니다. “너희는 잠깐 손을 멈추고, 내가 하나님인 줄 알아라”(10절). 이 말씀은 자연 재해나 전쟁으로 인해 두려워 떠는 사람들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마음이 요동치고 사지가 떨립니다. 불안하여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그러면 그나마 있던 믿음도 증발해 버립니다. 그럴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잠시 손을 멈추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하나님이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믿음이 회복되면 하나님 안에서 평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비로소 “만군의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 야곱의 하나님이 우리의 피난처시다”(11절)라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묵상:
오늘 우리도 주변 상황으로부터 끊임없는 도전을 받습니다. 자연 재해,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총격 사건, 범죄와 사고, 질병, 상실의 아픔 등이 거듭 우리의 믿음을 흔듭니다. 두려움과 불안은 현대인들이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많이 겪는 문제입니다. 그로 인해 믿음이 흔들릴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잠히 거하는 일입니다. 그럴 때 하나님이 하나님이신 것을 기억하게 됩니다. 우주를 통치하시는 분, 역사를 인도하시는 분 그리고 내 인생을 다스리는 분은 바로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하나님을 피난처로 삼고 그분에게 의지합니다. 그럴 때 우리의 마음에는 평안이 자리를 잡고 겸손한 담대함으로 우리 삶의 도전들을 대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묵상은 몸에 익혀야 할 가장 중요한 습관이요 훈련입니다. 하루의 가장 중요한 시간을 떼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상황은 끊임없이 우리의 마음을 장악하려 하고, 몸에 배인 관성은 우리로 하여금 부단히 움직이게 만듭니다. 알람 소리에 화들짝 깨어 일어나 지쳐서 침대에 누울 때까지 향방없이 휘둘리는 것이 우리의 일상입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평안할 때조차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것을 ‘실존적 불안’이라고 부릅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실존적 불안의 질병을 앓고 있습니다.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우리는 창조주를 잃어버린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묵상은 우리의 영원한 부모를 찾아 그분의 품 안에 거하는 일입니다. 그 품에서 우리는 비로소 불안의 증상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그분 없이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 편이 더 자유하고 즐거운 인생을 사는 길이라고 착각하는 것, 그것이 불신앙이요 실존적 불안의 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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