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이것은 다윗의 시편으로서, 함께 예배 드리며 교제하던 친구의 배신(12-13절)으로 인해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는 중에 드린 기도입니다.
먼저 그는 자신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합니다(1-2절). 그는 자신이 얼마나 심한 고통 중에 있는지를 묘사합니다(3-5절). 그는 지금 친구들의 배신으로 인해 “두려움과 떨림” 그리고 “몸서리치는 전율”에 짓눌려 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도피하고 싶어집니다. 다윗도 그랬습니다. 그는 비둘기처럼 멀리 광야로 날아가 버리고도 싶고 아무도 없는 은신처로 피하고도 싶다고 하나님 앞에서 하소연을 합니다(6-8절). 사람에게 심한 상처를 받으면 아무도 안 보고 살면 좋겠다 싶어집니다.
이어서 다윗은 악을 행하는 사람들을 고발합니다. 악인들로 인해 고난 당하는 것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그가 살고 있는 성에는 폭력과 분쟁, 죄악과 고통, 억압과 속임수만 가득해 보입니다(9-11절). 악을 일삼는 사람들 가운데는 그와 함께 우정을 나누며 같이 예배처소를 드나 들던 친구들도 있습니다(12-14절). 가까운 친구로부터 당하는 배신과 고통의 무게는 몇 배 더 큽니다. 얼마나 진절머리가 났던지 다윗은 “죽음아, 그들을 덮쳐라. 산 채로 그들을 음부로 데리고 가거라!”(15절)라고 절규합니다.
시편의 기도가 자주 그렇듯이, 15절과 16절 사이에는 정서적 차이가 있습니다. 1절부터 15절까지의 기도는 그가 극심한 심적 고통 중에서 울부짖은 기도입니다. 거기에는 정화되지 않은 거친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게 기도하다 보면 거친 감정이 정화되고 마음이 안정을 찾습니다. 앞의 기도가 마음에 뒤엉킨 감정을 쏟아 놓는 기도라면, 16절 이후의 기도는 감정을 쏟아 놓은 후에 올린 기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나는 오직 하나님께 부르짖을 것이니, 주님께서 나를 건져 주실 것이다”(16절)라고 기도합니다. 도피하고 싶었던 마음도, 저주했던 마음도 내려 놓고 이제는 오직 하나님께 의지하게 된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부르짖는 소리를 하나님께서 들으신다는 사실을 믿습니다(17절). 자신을 대적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주님을 맞설 수 없다는 사실을 또한 기억합니다(18절). 온 세상의 창조주께서 자신의 기도를 듣고 응답하셔서 악한 자들을 징계하실 것을 내다 봅니다(19절). 그들은 가까운 친구 사이에 맺은 언약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입니다(20절). 마음에 숨긴 칼을 부드러운 말로 위장하는 일에 능한 사람들입니다(21절).
마지막으로 다윗은 회중을 향해,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바로잡아 주신다는 사실을 믿고 그분께 모든 짐을 맡기라고 권합니다(22절). 자신도 그렇게 하겠다는 결단과 함께 말입니다(23절).
묵상: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습니다. 사람이기에 그럴 수 있습니다. 가장 믿었고 가장 아꼈던 친구, 함께 믿음의 길을 가면서 서로 기도해 주었던 친구, 죽음 외에는 갈라놓을 것이 없어 보였던 친구가 어느 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등을 돌리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럴 때면 사람에게 환멸을 느끼고 사람이 두려워집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홀로 살고 싶습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면 마음에 있는 모든 악을 끌어 모아 저주를 퍼붓고 싶습니다. 그것이 인간의 마음입니다.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마음을 쏟아 놓기 전의 우리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하나님 앞에 마음을 쏟아 놓고 나면 도피도, 환멸도, 저주도 길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배신을 당하면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만, 그것은 인간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입니다. 우리 모두 언제든지 깨어질 수 있는 연약한 그릇이기에 그렇습니다. 우리의 의지의 대상은 오직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 앞에 우리의 엉클어진 마음을 쏟아 놓으면 비로소 그 진실이 보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잠잠히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기다립니다. 그럴 때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 보입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마음의 평안을 얻습니다.
그리고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라는 도전을 겸손히 받아 들입니다. 자신의 인성으로는 할 수 없는 일임을 알기에 주님의 마음을 구합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