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이 시편의 표제는 사무엘하 8장 13-14절에 언급된 사건을 전제로 합니다. 그곳에는 다윗과 요압이 에돔을 정복하고 신하 국가로 만들었다는 사실만을 간단히 적어 놓았는데, 이 시편은 이스라엘이 처음에는 패색이 짙었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이 시편은 “다윗이 교훈을 하려고 지은” 것입니다. 국가적인 위기에서 백성이 하나님께 올릴 모범 기도문으로 지은 것이라는 뜻입니다.
다윗은 먼저 이스라엘이 당하고 있는 현실을 묘사합니다. 지금 이스라엘은 에돔과의 전쟁에서 마치 지진을 만난 것처럼 혹은 술에 취해 비틀 거리는 것처럼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습니다. 다윗은 하나님께서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셨다고 말합니다(1-3절). 하나님께서 도우시지 않으셔서 패배 했으니,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셨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다윗은 하나님께 도움을 호소합니다. 더 이상 팔짱 끼고 지켜만 보지 마시고 구원해 달라고 기도합니다(4-5절).
6절부터 8절까지는 “성소에서”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말씀하셨습니다”(6절)라고 한 것을 보면, 다윗이 과거에 성소에서 기도하며 들은 말씀을 위기 때에 기억해 낸 것입니다(개역개정에는 “말씀하시되”라고 번역해 놓아 시제가 불분명 해졌습니다). 지금 다윗과 백성이 당한 상황은 하나님께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다윗 자신도 잠시 절망 가운데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다윗은 기도의 자리를 찾았고, 기도 중에 과거에 하나님께 들었던 말씀이 기억 되었습니다. 그 말씀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모든 백성에 대한 사랑과 주권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다윗이 기도 중에 이 말씀을 기억해 내고 하나님 앞에 되뇌인 것은 먼저 자신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말씀을 입으로 토설 함으로 그는 마음을 압도하는 회의감을 제어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하나님께 구원을 호소하기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과거에 자신에게 말씀하신 약속을 지켜 달라는 뜻입니다. 그는 에돔을 정복하도록 자신을 도와줄 힘이 어디에도 없으니(9절) 하나님께서 도와 주시기를 간구합니다(10-12절).
묵상:
때로 우리도 에돔에게 거듭 패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비슷한 상황에 처합니다. 다른 사람의 악의로 인해 내 삶의 상황이 심하게 흔들리고 황폐하게 되어 버립니다. 그럴 때면 우리는 그 상황을 역전시킬 자구책을 찾습니다. 내 자신에게 있는 힘으로 혹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얻어 그 상황을 뒤집어 엎을 궁리를 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의 마음은 점점 굳어지고 나중에는 악으로 악을 갚는 잘못에 이르게 됩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대부분의 싸움은 절대 선과 절대 악의 싸움이 아니라 큰 악과 작은 악의 싸움입니다.
주님께서는 악으로 악을 대항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고 하십니다. 그것만이 진정한 해결책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먼저 할 일은 성소를 찾는 일입니다. 강력한 에돔 군에게 거듭 패퇴 하던 중에 다윗은 다른 나라와의 연맹을 하기를 구하지 않고 성소를 찾았습니다. “사람의 도움은 헛되니”(11절) 하나님께 호소한 것입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 엎드려 그분의 뜻을 구했습니다. 그러자 절망적인 현실로 인해 감겨 졌던 그의 마음의 눈이 열렸고 과거에 하나님께 들었던 말씀이 기억 났습니다. 그는 과거에 경험 했던 하나님의 사랑과 돌보심의 사건들을 기억했고 그분의 약속의 말씀을 기억했습니다. 그 모든 것을 입으로 되뇌었습니다. 그럴 때 그는 하나님께 대한 의심과 회의와 불신을 딛고 하나님을 향해 간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시편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교훈”으로 지어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혹은 공동체가 위기를 맞았을 때 “이렇게 기도하여라”는 뜻으로 지어졌습니다. 위기를 맞았을 때 사람의 도움을 찾지 말고 하나님 앞에 엎드리라는 것, 지금의 상황에서 고개를 돌려 과거에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들과 약속을 기억 하라는 것, 그리고 그 약속을 믿고 선으로 악을 대면 하라는 것이 이 기도문을 통해 배우는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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