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이 시편도 61편처럼 다윗이 어려운 상황에서 드린 기도입니다. 3절과 4절에 그가 처한 상황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다윗은 지금 악의를 가지고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들로 인해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은 온갖 거짓말을 만들어 퍼뜨리면서 그를 왕의 자리에서 끌어 내리려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다윗은 자신이 “기울어 가는 담” 혹은 “무너지는 돌담”(3절)과 같은 신세가 되었음을 느낍니다.
그런 상황에서 다윗은 하나님께 소망을 두고 그분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그들에게 대항하여 응징할 힘이 그에게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바로 잡으실 것을 믿고 잠잠히 거합니다. 자신의 구원이 하나님에게서만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1절, 5절). 그는 거듭하여 하나님만이 그의 반석이시며 구원이시고 요새이심을 고백합니다(2절, 6-7절). 그는 오직 하나님 만을 의지합니다. 그는 또한 이 시편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그분에게 마음을 쏟아 놓으라고 권고합니다(8절).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고 인간이 가진 힘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알게 되면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그분의 손길을 “잠잠히”(1절, 5절)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인간이 가진 신분도, 권력도, 재물도 “속임수”(5절)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 눈에는 그것이 대단해 보이는데 실은 덧없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위엄과 능력과 지혜에 비하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것은 모두 입김보다 가볍습니다(9절). 그래서 다윗은 “억압하는 힘을 의지하지 말고, 빼앗아서 무엇을 얻으려는 헛된 희망을 믿지 말며, 재물이 늘어나더라도 거기에 마음을 두지 말아라”(10절)고 결론 짓습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해 보았고 가져 보았던 사람입니다. 그의 말에 더욱 무게가 더해지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윗은 하나님에 대해 깨달은 두 가지 진실을 확인합니다. 첫째는 “권세는 하나님의 것”(11절)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을 안다면 자신에게 권세가 주어졌을 때 하나님께 겸손히 고개 숙일 수 있고, 권세를 휘두르는 다른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한결같은 사랑도 주님의 것”(12절)이라는 사실입니다. “한결같은 사랑”은 히브리어 ‘헤세드’의 번역입니다. 헬라어로는 ‘아가페’입니다. 조건 없는 사랑, 변함 없는 사랑 그리고 영원한 사랑을 의미합니다. 인간에게는 없는 사랑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의지할 분은 하나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묵상:
다윗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하나님 앞에 잠잠히 머물러 그분을 바라 보았습니다(1절). 구원은 오직 하나님에게서 나오는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눈을 뜨고 살아가는 동안에는 그 사실을 자꾸 잊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분의 정의와 사랑으로 모든 것을 다스리신다는 사실을 망각하면 눈에 보이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물질적인 조건이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9절)을 망각합니다. 권력과 부와 명성을 얻어야만 안정을 얻고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그런 것이 없으면 그런 것을 가진 사람들에게 줄을 대서라도 안심 하려 합니다. 그래서 마음은 찢기고 불안과 두려움이 찢겨진 마음을 장악합니다. 다윗도 자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잃고 불안과 두려움에 빠지곤 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럴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하나님 앞에 잠잠히 머물러 그분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윗이 알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잠잠히 머물러 있다고 하여 곧바로 마음이 안정되고 믿음이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몸의 활동은 멈춰 있다 해도 마음은 여전히 흔들리고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은 물 속의 부유물처럼 떠다닙니다. 그래서 1절에서 “내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을 기다린다”고 한 다윗은 5절에서 자기 자신을 향해 “내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기다려라”고 타이르고 있습니다. 머리로는 하나님께만 구원이 있다고 믿는데, 마음은 아직 안정을 찾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다윗은 이렇게 기도 하면서 한참 동안 하나님 앞에 머물러 있은 다음에야 믿음을 회복하고 평안을 얻었을 것입니다.
묵상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성별하여 하나님 앞에 잠잠히 머물러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분주한 시간 중에 짬을 내어 잠시 하나님을 생각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하루에 한 번은 충분한 시간 동안 하나님 앞에 잠잠히 머물러 그분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하나님에 대해 머리로 알고 있는 사실이 마음으로 믿어지고 찢겨졌던 마음이 통합되어 든든한 평안과 담대함이 들어찰 때까지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묵상이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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