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예루살렘에서 파견된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던 다음 날, 요한은 예수님이 다가오시는 것을 보고 사람들에게 “보시오,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입니다”(29절)라고 외칩니다. 이 이미지는 대속죄일에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짊어지고 광야로 나가 죽는 아사셀의 염소(레 16:20-28)를 생각나게 하며, 고난의 종에 대한 이사야의 예언(사 53:6-7)도 생각나게 합니다. 세례 요한은 메시아로 오신 예수께서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제물로 바쳐질 것임을 알았던 것입니다.
그는 이어서 전에 했던 말(15절)을 상기시킵니다. 시간적으로 보면 그분은 세례 요한보다 늦게 태어나셨지만, 영원 전부터 계셨던 분입니다(30절). 요한은, 자신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세례를 베푸는 이유가 메시아를 위해 준비시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31절). 세례 사역을 하는 동안 그는 “성령이 어떤 사람 위에 내려와서 머무는 것을 보거든, 그가 바로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임을 알아라”(33절)는 음성을 듣습니다.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라는 말은 예언자들이 메시아에 대해 예언한 말씀을 생각나게 합니다(겔 36:25-26; 욜 2:28-29). 요한은 메시아의 시대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기는 했지만, 그분이 자신 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을 것입니다.
그 이후로 그는 세례를 베풀면서 성령이 임하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을 것입니다. 그런 기대감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마음을 다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 사건이 예수님에게 세례를 베풀 때 일어납니다. 세례 요한은 친척 간이었기 때문에 그 이전에 예수님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분이 메시아로 오신 분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는 예수님이 세례 받으실 때 성령이 비둘기처럼 그분 위에 내려와서 머무는 것을 보고(32절)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믿게 되었습니다(34절).
묵상:
눈을 감고 세례 요한의 심정을 상상해 봅니다. “너에게 세례 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아라. 그들 중에 성령이 임하여 머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가 바로 내가 기름 부어 보내는 메시아다”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그의 마음이 얼마나 흥분 되었을까요? 성령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성령이 어떤 사람 위에 임하는 것을 알아보려면 영적인 감각이 살아 있어야 했습니다. 그 이후로 그는 그 싸인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에게 찾아오는 사람들 하나 하나에게 정성을 다했을 것입니다. 세례를 베풀기 전에 그 사람의 외양을 보고 ‘혹시 이 사람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던 중에 예수님이 다가왔습니다. 친척 동생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요한은 ‘저 동생은 아니겠지’ 하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세례를 베푸는 중에 성령이 비둘기처럼 그 위에 내려 앉아 머무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메시아가 그렇게 가까이에 계셨다는 사실에 놀랐을 것입니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을 통해 메시아가 오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기대와 상상에 한참 못 미치는 일을 보고 두려워 떨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너무도 신비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로 그는 친척 동생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증언하는 일에 인생을 바쳤습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보고 싶을 때 우리는 탁월한 인물 혹은 특별한 일을 주목합니다. 하지만 그분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들을 통해 역사하시고 보통 사람들을 통해 말씀하십니다. 오늘 하루도 사소한 일들을 통해 하나님의 손길을 보고 별스럽지 않은 대화를 통해 그분의 음성을 듣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