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공생애를 시작한 후 예수님은 두 번째 유월절을 맞으십니다(4절, 첫 번째 유월절은 2장 13절). 그 즈음에 예수님은 갈릴리 호수 건너편에 있는 산에 오르십니다. 그분이 행하신 표적 때문에 많은 무리가 그분에게 모여 듭니다. 날이 저물어 갈 때, 예수님은 빌립에게 “우리가 어디에서 빵을 사다가, 이 사람들을 먹이겠느냐?”(5절)고 물으십니다. 그분에게는 계획이 있었지만 빌립의 믿음을 시험해 보려고 이렇게 물으신 것입니다(6절). 그러자 빌립은 그 무리를 다 먹이려면 빵 이백 데나리온어치를 가지고도 부족하다고 대답합니다(7절). 한 데나리온은 성인 한 사람의 하루 품삯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백 데나리온은 꽤 많은 돈이었습니다. 그들에게 그렇게 큰 돈이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곁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안드레가 한 아이가 가지고 있던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예수께 보여 드립니다. 하지만 안드레 역시 그것 가지고는 턱도 없다고 생각합니다(8-9절).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람들을 앉게 하라고 명하신 후 빵을 들어 감사 기도를 드리신 다음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시고 물고기 두 마리도 그렇게 하십니다. 그곳에는 남자 만도 오천 명쯤 모여 있었습니다(10절). 그 적은 음식을 그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나누어 먹고도 남은 부스러기가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습니다(11절). 사람들이 모두 배불리 먹은 후에 예수님은 남은 음식을 모으라고 하십니다(12절). 그대로 했더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찹니다(13절).
그 이적을 경험한 사람들은 광야에서 조상들이 먹었던 만나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예수님이 “참으로 세상에 오시기로 된 그 예언자”(14절) 즉 메시아라는 믿음이 들었습니다. 이 믿음은 신명기 18장 18절(“나는 그들의 동족 가운데서 너와 같은 예언자 한 사람을 일으켜 세워, 나의 말을 그의 입에 담아 줄 것이다. 그는, 내가 명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다 일러줄 것이다”)에 근거한 믿음입니다. 예수께서 행하신 일이 광야에서 만나로 이스라엘 백성을 먹게 한 모세를 생각나게 했고, 하나님께서 장차 모세와 같은 예언자를 보내 주실 것이라는 예언이 생각나게 한 것입니다.
그 믿음은 삽시간에 군중 사이에 퍼져 나갔고 예수님을 왕으로 추대 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그들은 메시아가 오시면 로마 군대를 몰아내고 이스라엘 왕국을 회복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 분위기를 감지하신 예수님은 산 속으로 몸을 피하십니다(15절). 지금은 아직 당신의 정체를 드러낼 때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메시아로서 예수님이 하실 일과 무리가 메시아에게 바라는 일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묵상:
당시 유대인들은 메시아가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북왕국 이스라엘이 앗시리아에 의해 멸망 당하고 남왕국 유다가 바빌로니아에게 멸망 당한 후, 제사장 백성으로 선택 받은 이스라엘은 주변 열강들에 의해 지배 당했습니다. 5백 년도 넘는 세월 동안 변변한 독립 한 번 해 보지 못하고 외세의 통치 하에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많은 유대인들이 여러 나라로 흩어져 살아야 했고, 본토에 남은 사람들도 자신의 땅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듯이 살아야 했습니다. 그 고통스러운 삶을 지켜 준 힘은 장차 메시아가 오셔서 외세의 압제를 끝내고 영광스러운 다윗의 왕국을 회복할 것이라는 소망이었습니다. 그 소망은 여러 예언자들을 통해 주신 예언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소망으로 살았기에 예수님이 행하신 놀라운 표적을 보고 무리는 그분을 왕으로 옹립 하려 했습니다. 그분이 행하신 일이 마치 광야에서 모세가 행한 일과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이 의도하신 일입니다. 유월절이 가까이 왔을 때를 택해 이런 표적을 행하심으로 당신이 과연 “모세와 같은 예언자”라는 사실을 드러내셨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모세와 같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정치적 해방을 주시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닙니다. 그분은 “모세보다 크신 분”(1:17)입니다. 그분은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의 구원자로 오셨습니다. 그분은 지상의 왕으로 오신 것이 아니라 영원한 왕으로 오셨습니다. 그분은 정치적인 해방이 아니라 죄와 사망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오셨습니다. 그분은 이 땅에 왕국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오셨습니다. 그것이 예수께서 이루실 진정한 유월절, 영원한 유월절입니다.
그것은 로마 군대와 전쟁을 벌여 이룰 일이 아니라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이룰 일이었습니다. 이 땅에서 높아지고 권력을 잡고 지상 왕국을 이루는 것은 그분에게 관심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당신의 때가 오기까지 기다리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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