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날이 저물자 제자들은 산에서 내려가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 가버나움으로 향합니다(16절). 무리를 흩어 보내고 예수님이 내려 오시기를 기다렸는데, 어둠이 짙어져도 내려 오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17절).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돌풍이 불어치고 파도가 사나워집니다. 갈릴리 호수는 주변 지형 조건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돌풍이 불어 닥치곤 했습니다(18절). 그들이 거센 물결과 싸우면서 호수 한 가운데 이르렀을 때, 예수님이 물 위를 걸어 다가 오십니다(19절0. 제자들은 유령인 줄 알고 두려워 떱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나다. 두려워하지 말아라”(20절)고 말씀하십니다.
당시 성경을 알고 있던 유대인이라면 “나다”(헬라어: “에고 에이미”)라는 말의 의미를 놓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떨기나무 사이에서 나타나신 하나님께서 이름을 알려 달라는 모세의 청에 대해 주신 답이었습니다. 개역개정에는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출 3:14)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새번역의 “나는 곧 나다”라는 번역이 더 좋습니다. 영어로는 I am who I am 혹은 I am who I will be로 번역합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나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나다”라고 하심으로써 당신의 신적 정체성을 드러내십니다.
물 위를 걸어 오시는 분이 예수님이시라는 사실 그리고 그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시라는 사실을 깨달은 제자들은 그분을 기뻐하며 배 안으로 모셔들입니다. 그러자 호수 한 가운데 있던 배는 홀연히 호수 반대쪽 뭍에 가 닿았습니다(21절).
묵상:
“나는 사람에게서 영광을 받지 않는다”(5:41)는 말씀 그대로,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고 무리가 그분을 왕으로 옹립하려 하자 예수님은 산 속으로 몸을 숨기셨습니다. 아마도 그분은 산 속에 들어가 사람들의 인정과 높임에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십자가의 길을 가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 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제자들은 호수 한 가운데서 풍랑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시고 예수님은 물 위를 걸어 그들에게 다가 가십니다. 제자들이 유령인 줄 알고 두려워 떨자 예수님은 “나다. 두려워하지 말아라”(20절)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은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알아 차리고는 기쁨으로 배 안으로 모셔 들입니다. 그러자 그들이 타고 있던 배는 홀연히 가버나움쪽 뭍에 가 닿았습니다.
제자들이 왜 예수님을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가버나움으로 출발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예수님이 내려오실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하게 할 만한 급한 일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배는 호수 한 가운데서 풍랑에 묶이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예수님 없이 허둥 대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수님을 마음 속에 모셔 들이고 그분께 자신의 삶을 맡기는 일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기도보다 앞세워야 할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더 빨리, 더 많은 일을 할 것 같지만, 결국 상황에 묶여 버립니다. 반면, 매일 주님과 함께 동행하면 때로 믿을 수 없는 신비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이 아침, 내 안에 예수님이 계신지 자문해 봅니다. 예수님 없이 나 혼자 허둥대며 살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바울 사도처럼 “이제 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살고 계십니다”(갈 2:20)라고 고백하며 살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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