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자신들을 사탄의 자녀라고 규정하자, 유대인들은 심하게 반발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사마리아 사람”이라고 혹은 “귀신이 들렸다”(48절)고 비난합니다. 유대인들에게 “사마리아 사람”이라는 말은 모욕으로 통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자신은 귀신 들린 것이 아니며 오직 아버지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을 전하고 그분의 뜻을 행할 뿐이라고 답하십니다(49-50절). 그러면서 “나의 말을 지키는 사람은 영원히 죽음을 겪지 않을 것이다”(51절)라고 답하십니다. 예수님은 영원한 죽음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예수님이 육신적인 죽음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으로 알아듣고 그분이 귀신 들린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52절). 그들의 기준에서 가장 거룩한 인물이었던 아브라함도 죽고 예언자들도 모두 죽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자신이 그 거룩한 사람들보다 더 위대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에 틀림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께 “당신은 스스로를 누구라고 생각하오?”(53절)라고 묻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이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그분을 당신이 알고 있으며, 그분이 당신을 영화롭게 해 주실 것이라고 답하십니다(54-55절).
이 대목에서 예수님은 지금껏 하신 말씀보다 더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의 조상 아브라함은 나의 날을 보리라고 기대하며 즐거워하였고, 마침내 보고 기뻐하였다”(56절)고 하십니다. 마치 아브라함이 지금 살아서 당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유대인들은 “당신은 아직 나이가 쉰도 안되었는데, 아브라함을 보았단 말이오?”(57절)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내가 있다”(58절)고 답하십니다.
여기서 예수님이 “내가 있었다”고 하지 않으시고 “내가 있다”고 답한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는 ‘알파 포인트'(태초)로부터 ‘오메가 포인트'(종말)로 진행하는 일직선의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그 시간 안에서 우리는 편의 상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구분합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은 일차원적 시간을 넘어 존재하십니다. 그 차원을 우리는 “영원”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영원의 차원에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사건이 동시대적 사건이 됩니다. 그 차원에는 오직 현재만 존재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당신을 “나는 나다”(I am who I am)이라고 소개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그분은 언제나 “있는” 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에게는 과거의 인물도, 현재의 인물도, 미래의 인물도 모두 살아 있습니다.
묵상:
우리는 1차원 시간과 3차원 공간 안에 살고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입니다. 반면, 창조주 하나님은 1차원 시간과 3차원 공간을 초월하여 계십니다. 그 차원을 우리는 “영원”이라고도 부르고 “초월”이라고도 부르고 “절대”라고도 부릅니다. 1차원 시간 안에 갇혀 있는 우리는 과거를 되돌릴 수 없고 미래를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차원에서 보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그대로 펼쳐져 있습니다. 우리는 공간적인 제한을 받고 살아가지만 하나님에게는 공간적인 제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무소부재 하시다”라고 말합니다. 안 계신 곳이 없다는 뜻입니다. 바울 사도는 하나님의 무소부재 하심에 대해 “모든 것 위에 계시고 모든 것을 통하여 계시고 모든 것 안에 계시는 분”(엡 4:6)라고 표현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차원에서 인간의 차원으로 들어오셨습니다. 그것을 “성육신”이라고 부릅니다. “그 말씀이 육신을 입고 우리 가운데 오셨다”(1:14)는 말은 영원의 차원에 계시던 분이 1차원 시간 안으로 들어 오셨고 무소부재 하신 분이 공간의 한계 안으로 들어 오셨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은 1차원 시간 안에서 영원에 대해 말씀하시고 3차원 공간 안에서 하나님 나라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1차원 시간과 3차원 공간이 전부인 줄 알고 그 안에 갇혀 사는 사람들은 그분의 말씀을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오래 전에 죽은 아브라함이 그분의 날을 보고 기뻐한다는 말도,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당신이 있었다는 말도, 귀신 씨나락 까먹는 말처럼 들립니다.
이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도 이해하기 어렵고 받아들이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 하셨다는 사실을 진실로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됩니다. 그분의 부활은 1차원 시간과 3차원 공간을 넘어서는 차원이 존재하며 예수 그리스도는 그 차원에서 오셔서 진리를 전하시고 다시 그 차원으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그분을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입니다(51절). 육신적으로는 누구나 죽음을 당하겠지만 하나님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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