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8장 1-14절: 사명으로 사는 사람

해설: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마치신 다음, 기드론 골짜기를 거쳐서 맞은편 올리브 산으로 가십니다(1절). 다른 복음서에 보면 그곳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따로 두고 한적한 곳에 가셔서 치열하게 기도하셨습니다. 그분이 십자가에 달리는 것은 당신 자신의 죄 때문이 아니라 인류의 죄값을 대신 담당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분이 십자가에서 감당해야 했던 고통의 분량은 인류 전체의 죄값과 같았다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은 “나의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해주십시오”(마 26:39)라고 기도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끝내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해주십시오”라고 기도 하면서 당신의 소명을 받아 들이셨습니다. 이 기도 장면이 요한복음에는 생략되어 있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드린 기도(17장)를 이미 소개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도가 끝날 즈음 가룟 유다가 로마 군병과 성전 경비병들을 데리고 예수님을 체포하러 찾아 옵니다. 그곳은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자주 갔던 곳이었습니다(2-3절). 예수께서는 “자기에게 닥쳐올 일을 모두 아시고”(4절) 계셨기에 피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누구를 찾느냐고 물으셨고, 그들이 나사렛 사람 예수를 찾는다고 하자 “내가 그 사람이다”(5절) 하고 답하십니다. 헬라어로 ‘에고 에이미'(I AM)라고 하신 것입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이것은 당신의 신적 정체성을 암시하는 표현입니다. 그러자 군사들이 그분의 위세에 질려 뒷걸음 치다가 넘어집니다(6절). 예수님의 태도에서 신적 현존을 느끼고 그 위세에 눌린 것입니다. 예수님은 재차 그들이 찾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말하시면서(7절) 다른 사람들은 그냥 보내 주라고 하십니다(8절). 식사 자리에서 하나님께 올리신 기도(17:12)를 이루기 위함이었습니다(9절).

그 때 베드로가 가지고 있던 칼을 휘둘러 대제사장의 종인 말고의 귀를 베어 버립니다(10절). 예수님은 베드로의 행동을 제지 하시면서 “그 칼을 칼집에 꽂아라.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신 이 잔을, 내가 어찌 마시지 않겠느냐?”(11절)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으로 요한 저자는 다른 복음서에 있는 기도 장면을 대신하십니다. 예수께서 순순히 자신을 내어 주자 병사들은 그분을 포박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4절에서처럼 “로마 군대 병정들과 그 부대장과 유대 사람들의 성전 경비병들”(12절)이라고 그들의 정체를 밝힙니다. 예수님의 죽음에 유대인들과 로마인들이 함께 가담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군병들은 예수님을 포박하여 대제사장 관저로 데려 갑니다(13절). 당시 대제사장은 가야바였는데, 그의 장인 안나스가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습니다. 안나스는 전임 대제사장으로서 사위인 가야바에게 대제사장직을 세습시킨 것입니다. 실권자인 안나스가 한 밤 중에 예수를 처리하기 위해 비공식 모임을 소집한 것입니다. 

묵상:

예수님은 자신의 사명을 발견하고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의 전형적인 태도를 보여 주십니다. 그분은 당신이 감당해 내야 할 무한대의 고통을 아시면서도 그것이 하나님의 사명이라고 믿었기에 십자가를 향해 걸어 나가십니다. 하나님을 믿고 그분의 부름을 믿기에 아무 것도 장애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분의 목적은 어떻게든 살아남고 어떻게든 누리며 살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하나님의 뜻을 이루자는 데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이 세상의 통치자가 가까이 오고 있다”고 하시면서 “그는 나를 어떻게 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14:30)라고 하셨고, 제자들에게는 “너희는 세상에서 환난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16:33)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을 잡으러 오는 병사들을 향해 “내가 그 사람이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내어 주십니다. 그 위세에 병사들이 질릴 정도였습니다.

하나님을 알고 그분 안에서 사명을 발견한 사람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영원하신 하나님 안에 있음을 믿기 때문에 그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지금 하려는 일이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 무엇도 괘념 하지 않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다스리고 계심을 믿기에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완수하기 위해 전진할 뿐입니다. 

이런 확신과 이런 기세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영원하고 절대적인 하나님,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이런 기세로 겸손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5 responses to “요한복음 18장 1-14절: 사명으로 사는 사람”

  1. Taekhwan - T.K. Lee Avatar
    Taekhwan – T.K. Lee

    “내가 세상을 이겼다” 라는 말씀이 큰 위로가 됩니다. 환난 가운데 있지만, 그 싸움은 이미 예수님께서 이기신 싸움임을 기억합니다. 오늘도 겸손히 하나님을 믿는 신뢰와 믿음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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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young mae kim Avatar
    young mae kim

    말씀을 읽으며 올리브 나무 정원에서 일어나는 예수님 체포 현장을 상상하는데 워싱턴 포스트의 모토가 떠올랐습니다.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 Democracy Dies in Darkness. 유대인의 실세인 안나스가 국가권력과 손을 맞잡고 벌인 작전이 하필 한밤 중이라는 것이 암시를 줍니다.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일의 속성은 은닉과 신속입니다. 다 드러낼 수 없는 일을 벌일 때, 또 속전속결로 끝내야 할 때 택하는 시간대는 밤입니다. 빛이신 예수님을 밤이 삼킵니다. 결정적인 은유입니다. “등불과 횃불과 무기를 들고” 있는 군인들의 모양새도 상징성을 담고 있습니다. 평화이신 예수님을 무기가 제압합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이 “너희가 누구를 찾느냐?” 두 번 물으시고, “내가 그 사람이다”라고 두 번 답하셨다고 기록합니다. 처음 “내가 그 사람이다”는 당신을 가리키시고, 두번째 “내가 그 사람이다”는 함께 있는 다른 이들은 너희가 찾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었다고 읽습니다. 나만 데려가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안나스를 포함한 산헤드린 지도층은 예수를 제거하는 일이 자기들이 감당해야 할 역사적인 사명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백성이 살려면 한 사람만 대표로 죽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희생양”으로서의 예수님의 사명이 이들의 사명과 일치합니다. 권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 사람을 대표로 바칩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죽음은 하나님의 분노가 아니라 사랑을 드러내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회복되어야 할 모습까지 보여 주셨습니다. 내가 그 사람이다 I am who I am 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우리는 예수님의 죽음을 통해 I am who I become, I am what I become 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한밤 중에 잡히십니다. 우리는 새벽마다 새로운 가능성과 만납니다. 새 날의 동이 틀 때마다 우리는 용서받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주님, 오늘도 주님 안에서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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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에수님을 포박하기 위해온 병사에게 “내가 여기 있다. 내가 그다” 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심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주신 사명을 감당해야 만했기에 또 하나님의 아들로 아버지의 인류 구원의 뜻을 이루어드리기 위해 이미 기도로 결단하심은 믿는 우리가 본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힘, 나의 능력, 나의 의지가 아닌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가능하오니 도와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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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마지막 체포의 순간에도 당당하시며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푸신 예수님. 오늘날에도 그때와 마친가지로 저희가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포박하고, 업신여기고, 모욕하며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부디 저희를 불쌍히 보시고 저희에게 은혜로써 분별함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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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주님과 같이 태연히 주어진 사명을 감당 하기를 원 합니다만 자신이 없습니다, 오직 성령께서 인도 하시기를 간구합니다. 주님의 그 처참한 고난을 동참할수 있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오직 주님만을 오직 주님만 의지하고 살아내는 결단을 하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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