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솔로몬은 왕위에 오른 지 사 년째 되는 해에 성전 건축을 시작합니다(2절). 다윗은 이미 성전터를 지정해 놓았습니다. 그곳은 오르난의 타작 마당으로 사용되던 곳인데, 다윗이 오르난으로부터 사들여 제사를 드렸던 곳입니다(대상 21장). 공교롭게도 그곳은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번제로 드리도록 부름 받았던 곳이기도 합니다(1절).
저자는 먼저 성전 건물에 대해 설명합니다. “옛날에 쓰던 자”(3절)라는 말은 저자가 이 글을 쓰고 있을 때의 척도와 솔로몬 시대의 척도가 달랐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자”(한 규빗)가 정확히 얼마인지를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대략적으로 말한다면, 성전 본체는 지금의 농구 코트와 비슷하거나 약간 컸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고대에 지어진 신전들의 크기를 고려한다면, 예루살렘 성전은 과히 크다 할 수 없습니다. 솔로몬은 성전 내부를 모두 순금으로 입힙니다(4-9절). 성전은 3층 정도의 높이로 지어졌기 때문에 내부 장식을 위해 사용된 금의 양이 어마어마 했습니다.
성전 본체 안에서 제일 중요한 곳은 지성소입니다. 그곳에는 언약궤를 두게 되어 있었는데, 언약궤를 지키는 두 개의 ‘그룹'(케루빔: 거대한 두 날개를 가진 천사의 형상)을 만들어 놓습니다. 지성소와 성소를 구분하기 위해 솔로몬은 휘장을 짜서 걸어 두고 그 위에는 그룹들의 모양을 수놓습니다(10-14절). 그는 성전 본체 앞에 두 개의 기둥을 세우고(15-16절), 오른쪽 기둥을 “야긴”(하나님이 세우다)이라고 이름 짓고 왼쪽 기둥을 “보아스”(하나님의 힘으로)라고 이름 짓습니다(17절).
묵상:
이 땅의 모든 것은 하나님 나라에서 볼 영원한 것들에 대한 모조품이요, 이 땅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은 하나님 나라에서 경험할 영원한 일들에 대한 예표입니다. 성전은 가장 뚜렷한 예표입니다. 다윗이 구상하고 솔로몬이 지은 예루살렘 성전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상징입니다. 언약궤는 하나님의 보좌의 상징이고, 성전 안을 두르고 있던 거대한 그룹들은 하나님 나라의 영원한 존재들에 대한 상징입니다. 성전에서 드리는 제사는 하나님 나라에서 영원히 계속되고 있는 예배를 흉내내는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은 새 하늘과 새 땅이 임하고 새 예루살렘이 임할 때 사라질 것입니다. 아침에 태양이 떠오르면 촛불을 끄는 것처럼, 완전한 것이 오면 불완전한 것은 필요 없어집니다. 실체가 오면 상징은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사도 요한이 새 하늘과 새 땅에 새 예루살렘을 보았을 때 “나는 그 안에서 성전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전능하신 주 하나님과 어린 양이 그 도성의 성전이시기 때문입니다”(계 21:22)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다윗이 우여곡절 끝에 정한 성전터가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번제로 바치려 했던 모리아 산이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닙니다. 다윗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예언적인 행동을 한 것입니다. 그것은 장차 하나님께서 당신의 독생자를 희생하셔서 인류를 구원하실 사건에 대한 예표였습니다. 그로부터 수백 년 후, 하나님은 인간의 손으로 짓지 않은 성전에서 당신의 아들을 제물로 삼아 온 인류를 위한 속죄 제사를 드리셨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요구했던 일을 당신 자신에게 행하신 것입니다.
그로 인해 예표와 상징으로 존재하던 성전과 성전 제사는 폐지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를 지성소에 두셨고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 앞에서 살게 하셨습니다. 그 은혜로 인해 우리는 몸으로 산 제사 드리는 제사장으로 살아가도록 부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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