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솔로몬이 세상을 떠나고 그 아들 르호보암이 왕위에 오릅니다. 다윗이 이스라엘의 온 지파의 왕으로 추대된 이후 70년이 넘도록 하나의 국가로 지내 왔음에도 남쪽의 두 지파와 북쪽의 열 지파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솔로몬이 벌인 지나친 영토 확장 사업과 거대한 토목 공사로 인해 북쪽 지파들의 반감이 누적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차에 르호보암이 왕위에 오르자 북쪽 지파들 사이에 분리의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르호보암은 세겜으로 가서 북쪽 지파의 지도자들을 만납니다(1절).
그 때 솔로몬의 충신이었던 여로보암이 솔로몬의 눈밖에 난 후에 이집트에서 망명 중이었는데(왕상 11장), 그가 솔로몬의 사망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하여 북쪽의 열 지파 지도자들에게 합세합니다(2-3절). 여로보암과 열 지파의 지도자들은 솔로몬의 대대적인 토목 공사로 인해 겪은 고충을 토로 하면서 그 짐을 줄여주면 그를 왕으로 모시겠다고 제안합니다(4절). 르호보암은 사흘 후에 답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돌려 보냅니다(5절).
그는 이 문제를 두고 솔로몬을 모셨던 원로들과 상의합니다. 그들은 북쪽 지파의 요구를 들어 주라고 답합니다(6-7절). 르호보암은 원로들의 대답에 만족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함께 자란 젊은 신하들에게 묻습니다(8-9절). 이 당시에 르호보암은 41세였습니다. 그러니 “젊은 신하”라는 말은 나이가 젊다는 뜻이 아니라 미숙하다는 뜻입니다. 그들은 북쪽 지파들과의 관계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합니다(10-11절). 그것이 르호보암이 듣고 싶었던 말입니다.
사흘 후에 르호보암은 북쪽 지파들의 지도자들을 불러 아버지 솔로몬보다 더 강력한 통치를 할 것이라고 으름짱을 놓습니다(12-14절). 그러자 그들은 르호보암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돌아섭니다. 그것은 예언자 아히야를 통해 주신 예언(왕상 11:26-39)이 성취되는 과정이었습니다(15-16절). 르호보암은 북쪽 지파들을 길들이기 위해 강제노독 감독관을 보냈고, 북쪽 지파 사람들이 그를 돌로 쳐서 죽입니다. 르호보암은 감당 하지도 못할 강경책을 썼다가 북쪽 지파들을 돌아서게 만듭니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칠십여 년 만에 남북으로 나뉩니다(17-19절).
묵상:
솔로몬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잊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백성을 잘 섬기기 위해 하나님께 지혜와 지식을 구했습니다. 반면, 르호보암은 자신에게 맡겨진 권력을 당연하게 여겼고 자기 욕망대로 함부로 사용하려 했습니다. 북쪽 지파들의 요구를 듣고 원로들에게 자문을 구했을 때 그들은 “임금님께서 이 백성의 종이 되셔서, 그들을 섬기려고 하시면, 또 그들이 요구한 것을 들어 주시겠다고 좋은 말로 대답해 주시면, 이 백성은 평생 임금님의 종이 될 것입니다”(왕상 12:7)라고 답합니다. 르호보암은 그 충고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40년 동안 궁궐에서 떠받침을 받고 자랐기에 섬기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절대 권력에 고개 숙이지 않는 북쪽 지파들에게 분노 했고, 힘으로 그들을 제압하려 했습니다. 그로 인해 70여년 동안 지켜 왔던 통일 왕국 이스라엘은 남북으로 분열됩니다.
그것이 우리의 타락한 본성이 이끄는 방향입니다. 우리는 섬기기를 원치 않습니다. 할 수 있는대로 많은 사람 위에 군림하여 부리고 싶어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요구에 귀 기우리기 원치 않습니다. 당연한 요구인 경우에도 그것을 들어 주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대신,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요구대로 순종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우리의 병든 자아가 만족을 얻기 때문입니다. 미숙함이란 병든 자아의 요구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하고, 성숙함이란 그 요구를 내려 놓고 자신을 낮추어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가장 위험한 일은 미숙한 사람들에게 큰 권력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섬기는 것은 나를 낮추는 일처럼 보이지만 실은 나를 높이는 일입니다. 원로들은 그것을 알았기에 르호보암에게 “먼저 종이 되어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이 진정으로 주인이 될 것입니다”라고 권했던 것입니다. 주님께서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셨고, 모든 사람의 종이 되는 사람이 가장 큰 사람이라고 하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막 10: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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