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에스라의 인도를 따라 2차 귀환에 참여한 사람들이 유다와 예루살렘에 자리를 잡은 후, 유다의 지도자들이 포로 생활에서 돌아온 유대인들이 이방인들과 통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에스라에게 알립니다. 1차 귀환과 2차 귀환사이에 약 백 년이 흘렀는데, 그 사이에 유다 땅에 살던 이방인들과 통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입니다. 심지어 제사장과 레위인들 중에도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1-2절).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에스라는 심하게 슬퍼하고 분노합니다(3-4절). 넋을 잃고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저녁 제사 때가 되어 그는 찢어진 옷을 그대로 입은 채로 무릎 꿇고 손을 들어 하나님께 기도 드립니다(5절).
그는 먼저 자신들의 죄와 조상들의 죄를 하나님 앞에 인정합니다. 그들이 당한 모든 고난과 수욕은 죄로 인해 받게 된 하나님의 심판입니다(6-7절). 하지만 하나님은 은혜를 베푸셔서 일부를 남겨 두시고 그들에게 은혜를 베푸시어 조국으로 돌아와 성전을 재건하게 하셨습니다(8-9절). 그렇게 큰 은혜를 입었음에도 유다 백성은 또 다시 하나님의 뜻을 어기고 통혼을 한 것입니다(10절). 하나님께서는 예언자들을 통해 통혼을 금하셨습니다. 그 땅을 더럽힌 토착민들의 죄악에 물들지 않게 하려는 뜻이었습니다(11-12절). 하지만 유다 백성은 그 경고를 무시하고 통혼하는 죄를 범했습니다. 에스라는, 하나님께서 유다 백성을 완전히 멸하셔도 드릴 말씀이 없으므로 다만 하나님의 자비를 기대할 뿐이라고 기도합니다(13-15절).
묵상:
‘순혈주의’는 인류 역사를 피로 물들게 한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우리 민족도 오래도록 순혈주의의 이념에 지배를 받았습니다. 역사를 거쳐 오면서 수 많은 침략 전쟁으로 인해 여러 인종의 피가 섞여 있는데도 단일민족이라는 허상을 붙들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한국 전쟁 이후에 혼혈아들이 말로 다 할 수 없는 차별을 받았고, 지금도 취업을 위해 한국에 와 사는 타인종 국민들은 심한 냉대와 차별을 당하고 있습니다. 소수 민족에게 순혈주의는 생존을 가능하게 해 주는 힘이지만, 다수 민족에게 순혈주의는 악마적인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가 됩니다. 미국의 ‘백인우월주의’가 그 예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도 ‘한인우월주의’가 퍼져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통혼을 금지한 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서 제사장의 나라로 세워지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피가 섞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통혼으로 인해 가나안 백성들이 물들어 있던 역겨운 사상과 풍습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퍼질 것을 염려 하셨기 때문입니다. 에스라가 귀환한 유다 백성의 통혼에 마음 아파 했던 이유도 통혼 자체 때문이 아니라 이방 종교와 풍습에 물들 것을 염려 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의 피가 다른 민족의 피보다 우월하거나 거룩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유대 민족에게 특별한 소명이 주어졌기 때문이고, 그 소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들의 정체성과 종교적 전통을 지켜야 했기 때문입니다.
불행하게도 유대인들은 자주 그 둘 사이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로 인해 지금까지도 여러 가지 비극을 초래하곤 합니다. 소수 민족으로 사는 동안에는 생존의 힘이 되어 주었지만, 그들에게 힘이 주어지자 다른 소수 민족을 억압하는 도구가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기대하신 것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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